목포한사랑병원

♤

♤ 

나이 23세에 과부가 된 여인이 있었다.

그 당시 임신 중이던 여인은 유복자로 딸을 낳았다.
청상과부가 된 여인은 혼자 모든 희생을 감수하며

딸의 장래를 위해 헌신했다. 



시장에서 온갖 장사를 해가며 딸을 길렀다.
그 어머니의 희생 덕분에 딸은 대학을 나오고 유학까지 다녀오게 되었다.
마침 어느 대학의 교수로 임용되기에 이르렀다.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억척스럼게 일하며 딸을 키웠다.
그러다 보니 많이 배운 딸과 말이 잘 통할 리 없었다.
딸은 어려운 일이 있거나 짜증스러운 일이 생기면

모든 것을 어머니이게 다 쏟아 냈다.

 

그때마다 어머니는 말없이 딸의 이런 투정을 모두 받아주었다.
희생과 침묵 그리고 인고(忍苦)의 세월을 산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딸도 나이를 먹고 가정을 이루고 40세를 훌쩍 넘겼다.
이제는 어느 정도 안정적인 생활을 하게 되었다. 



어느 날 문득 늙은 어머니를 보고 있던 딸의 마음에

어머니에 대한 감사의 정이 치솟았다.
만일 어머니가 없었다면, 오늘의 나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일찍 홀로 된 어머니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장사하여 입히고 먹이고 키워 주셨는데,
어머니가 어렵게 학비를 대 주셔서 유학도 하고 공부를 마칠 수 있었는데,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온 몸을 던져가며 문제를 해결해 주셨는데…, 



갑자기 어머니 없는 자신의 인생은 존재할 수 없었다는 것을 깨달은 딸은
너무 고마운 어머니에게 이렇게 말했다.
'어머니, 원하는 것이 있으면 뭐든지 말씀하세요. 제가 다 사드릴께요.'
이딸의 수준이 왜 이렇게 낮을까?

어머니가 어떤 물질적인 보답을 바라겠는가? 



'나는 네가 잘 되는 것이 큰 기쁨이야.

다른 건 아무것도 필요치 않단다.'
어머니의 말은 진심이었다.

그런데도 딸이 계속해서 다그치자 어머니가 말했다.
'주일에 교회 가는 것이 쉽지 않구나.

나를 교회까지 태워다 주지 않으련?
돌아올 때도 문제가 되니까 나와 같이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자구나.' 



형편이 넉넉해지자 교외에 좋은 집을 마련하여 이사를 했기 때문에

어머니가 다니던 교회에서 멀어졌고 교통편도 불편했기 때문이었다.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다지 어려울 것 같지 않아 딸은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때까지 딸도 그 교회를 다녔으나 공부 핑게로 교회에 다니지 않았었다. 



어머니와 함께 교회에 나가자 많은사람들이 모녀를 환영했다.
'권사님의 오랜 기도가 드디어 이루어졌군요.' 라고 인사하는 사람도 있었다.
예배시간이 되자 목사님도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다.
'훌륭한 교수님이 오늘 아침 예배에 나오셨습니다. 환영합니다.' 



예배 시간에 개인을 치켜세우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았지만,

어쨌던 그런 대접을 받고 보니 이 여교수인 딸도 싫지 않았다.

예배를 마치고 휴게실에서 잠시 쉬고
있을 때 딸과 동년배 쯤 되어 보이는 여성들이 옆에서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듣고 싶지 않지만 너무 크게 떠드는 바람에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모두
듣게 되었는데 그것은 서로 헐뜯는 내용이었다.

'예수 믿는 것들도 별 수 없군.'
불편한 기분으로 자리를 뜬 딸은 2층 통로 쪽 의자 앉았다. 



그런데 그 교회 장로라는 사람이 그녀를 찾아와

자기 아들의 기부 입학을 청탁하는 것이 아닌가?

그녀는 화가 치밀었다.

평소에 적어도 대학만큼은 공정하게 실력으로
가야 한다는 소신을 가진 그녀로서는 돈 있는 사람들이

더하다는 생각에 치가 떨렸다.
심지어 예수를 믿노라는 사람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가 싶었지만

체면상 화를 참고 참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옆 회의실 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싸우는 소리가

바깓까지 들리기 시작했다.

무슨 회의를 하는 모양인데, 생각이 다른지 꽤 심각하게 싸움이 되는 것 같았다.
놀라운 것은 그들이 입에 담는 말들이 세상 사람들도

잘 쓰지 않는 아주 심한 욕설이었다. 



이제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간신히 억누르고 어머니를 찾아갔다.

그리고 어머니의 손을 잡아 끌고 나오려고 했다.

'어머니, 다시는 이 교회에 나오지 마세요.

일요일이면 내가 소풍 모시고 다닐께요.

다시는 교회에 오지 맙시다.'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아차린 어머니가 물었다.

'너 왜그러니?'
어머니는 항상 딸의 투정, 짜증까지 다 받아주던 그런 수용적인 분이었다.
화를 내거나 혼내는 일이 거의 없는 어머니였다.

그런데 그때만큼은 어머니의 태도와 표장에 예전에 보지 못했던

 단호함이 서려 있었다. 



어머니의 단호함에 주눅이 든 딸은 지금까지 있었던 자초지종을 이야기 했다.
그 어머니가 이렇게 말했다.

'나는 평생에 교회를 다니면서 예수님만 봤는데,
너는 교회에 딱 하루 나와서 참 많은 것을 보았구나' 



이 말에 딸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동안 무식한 어머니가 아무 의미도 목적도 없이
그저 교회에 다닌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소위 복을 비는 기복 신앙의
소유자인 줄만 알았던 어머니의 말과 태도가 범상치 않아 보였다. 



자기와 비교할 수 없는 높은 수준의 신앙심이 느껴졌다.
어머니는 자기처럼 저속하게 문제만 바라보는 눈이 아니라 예수님만 보고
가치를 볼줄 아는 그런 눈을 가지고 있었다.

어머니의 태도에 딸은 크게 감탄했다